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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30일


미국 아이비리그 합격, 에세이 점수 잘 받으려면

첫 단락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라

중앙일보 사회 | 2009.06.08 (월) 오전 10:51

 

미국 아이비리그 합격, 에세이 점수 잘 받으려면
첫 단락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라

해마다 치열해지는 미국 대학입시 경쟁. 지원자 대부분의 SAT·GPA 성적은 간발의 차여서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오히려 에세이가 당락을 가르는 주요 변수로 작용하곤 한다. 에세이를 ‘나만의 필살기’로 갖춰야하는 이유다. 성공·실패 사례가 좋은 길라잡이다.

합격 에세이, 존(19) : 하버드대학 합격
“의사가 되는일이 , 나의 의무가 돼 버렸는데…”

누군가가 꿈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나의 입술은 자랑스럽게 “의사”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왜 의사가 되고 싶냐고 묻는다면 침묵하거나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의사였기 때문이라고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곤 했다. 하지만 ‘비밀’을 알고 난 후 의사는 단지 가업을 잇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의 필생의 목표가 됐다. 그 비밀은 의사라는 직업의 본질이 소중한 생명을 위한 강한 집념과 열정임을 깨닫게 했기 때문이다.

10학년을 마친 어느 무더운 여름. 나와 아버지는 곧 있을 내 친구의 생일 선물을 사기 위해 동네 쇼핑몰에 갔다. 내가 이런 저런 액세서리를 보고 있을 때 아버지께서 작은 보석상자를 이리저리 살피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 상자는 너무나 작아서 어떤 목적으로 쓰일 것인지 헤아릴 수 없었다. 궁금증을 참지 못해 묻자 아버지는 “몇 가닥의 머리카락을 보관하기 위해서란다” 라고 말씀하셨다. 더 궁금해져 외치듯 되물었다. “머리카락이라뇨? 도대체 무슨 머리카락을 말씀하시는 거죠?”

아버지는 그 머리카락이 내 여동생의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외아들로만 알고 지내온 나에게 ‘여동생’이라는 짧은 단어는 유리 성을 향해 날아오는 돌멩이처럼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때 나는 강인하던 아버지의 붉어진 눈시울을 보았다. 동생의 이름은 ‘이정윤’. 한국에서 1987년 5월 21일에 태어났다. 하지만 선천성 심장병을 앓던 동생은 6월 14일 세상을등졌다. 태어나서 한 달도 채우지 못하고, 아직 눈을 뜨기도 전에. 당시 미국의 의학 기술이었다면 동생의 병이 치료됐을지도 모른다는 아버지의 말씀에 나는 더욱 마음이 아려왔다.

아버지는 이를 계기로 미국 이민을 결심하셨다. 슬픔으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라 슬픔을 극복하기 위한 도전을 감행하신 것이다. 한국을 떠날 때 우리가족의 총 재산은 8달러. 그러나 아버지는 원대한 포부를 밑천으로 내과의사가 되셨다. 돌이켜보면 아버지는 밤 늦게까지 의학서적을 쌓아놓고 공부하시곤 했다. 어린 딸과의 짧았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아내와 아들에게는 더 ‘좋은 인생’을 선물하려는 꿈을위해 그렇게 최선을 다하셨던 게 아닐까 싶다.

왜 의사가 되기를 원하냐고? 이제는 당당히 말할 수 있다. 아버지로부터 받은 ‘좋은 인생’ 이란 선물을 다른 이들에게 되돌리고 싶어서다. 나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희망’이란 선물을 선사하고 싶다. 여동생에 대한 아버지의 아픈 기억은 고스란히 나에게 물려져, 나의 꿈에 한걸음 더 가까이 가는 동기가 됐다. 비록 여동생의 삶은 누구보다도 짧았지만, 그 아이의 짧은 인생이 남긴 선물이 가족과 이웃·사회에 널리 퍼질 수 있기를 바란다.

▶합격 이유
시선을 확 잡아끄는 단어사용이 매력적

첫째, 존의 에세이는 첫 단락부터 읽는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비밀 폭로라는 단어를 사용해 앞으로 심상찮은 이야기가 전개되리라는 기대를 갖게 만든다. 또한 구성 면에서 과거를 회상하며 한가지 사건을 등장시키는 기법을 사용함으로써 입학 사정관이 강한 호기심을 가지고에세이를 꼼꼼하게 읽게끔 만들었다.

둘째, 이 에세이는 개인적이고 충격적인 사건을 통해 의사가 되고자 하는 존의 의지의 당위성을 밀도있게 부각하고 있다. 가족의 숨겨진 슬픈 비밀을 알기 전 존은 의사라는 꿈의 실체를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도, 뚜렷한 목적 의식도 없었다. 이 에세이는 동생의 죽음을 알게된 존이 본인의 꿈의 본질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잘 나타내고 있다. 자신이 의사가 되어야 하는 이유와 새로운 목표를 당당히 주장하는 마지막 대목은 그래서 설득력을 갖는다.

셋째, 이 에세이의 강점은 존이 단지 상황 인식에 머무르지 않고 한단계 도약한다는 데 있다. 충격과 슬픔을 자신의 가족에게 애정으로 쏟아냈던 아버지를 뛰어 넘어 존은 이웃과 사회에 희망을 주겠다는 열정으로 승화시킨다. 봉사와 헌신 의지를 드러낸 존의 미래 자화상에 사정관들은 높은 점수를 준 것이다.

불합격 에세이, 제인(가명·19) : 코넬대학 불합격
“남들이 잘 하지 않는 아프리카 여행 왜 해야하나?”

새벽 6시. 자명종 시계의 날카로운 알람 소리에 짜증스럽게 침대에서 일어났다. 알람 소리보다 더 짜증스러운 일은 남아프리카 여행 경비 조달을 위한 기부금 모금 행사로 황금 같은 토요일을 합창단에서 보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세상의 반 바퀴를 돌 수 있는 시간인 무려 열일곱 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남들은 하지 않는 이 여행을 왜 해야 하나? 어쩌면 그것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나의 이력서를 완성하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 합창단에 6년 동안 꾸준히 참석했고, 또한 솔로로 몇 차례 공연한 경험이있는 나는 우리 학교에서 이미 최고의 성악가로 인정받고 있었다.

나의 삶 안에서 자존심은 나를 자극하는 힘이었지만 그 자존심이 현실 안에서 나를 저지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처음 아프리카에 도착해서 그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보고,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고아원에는 전기 시설이 없었고 HIV바이러스에 감염된 30~40명의 아이들이 숨막히게 습한 장소에 고립되어 있었다. 다른 장소들도 별반 다르지는 않았다. 아이들은 처음에 우리를 신경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우리가 합창을 시작하자 무관심하던 아이들의 표정이 점점 즐거움과 행복한 표정으로 바뀌어 갔다. 음악을 들으며 즐거워하고 박수를 치는 아이들의 모습은 내가 전에 결코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불러 일으켰다. 나는 후회·감사·만족·수치심 등 여러 가지 감정들로부터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정말 지금까지 나의 삶은 축복 그 자체였지만, 나는 내가 누리는 것에대해 감사하지 않는 이기적인 아이였다.

나는 지금껏 내가 다른 사람들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내가 만약 나의 이기심과 탐욕을 극복할 수 있다면 나 자신을 바꿀 수 있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까지 바꿀 수 있는 능력이 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작별인사를 할 때 우리와 아이들은 가스펠 “Amazing Grace” 을 함께 불렀는데 정말 우리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주는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누군가가 거기에 있었더라면 내 말 뜻을 이해했을 것이다. 나는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는 열정을 보고 놀랐다. 그 아이들은 비록 가진 것이 없는 가난한 아이들이었지만 정말 기쁨으로 노래를 불렀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에서의 경험을 통해서 지금까지 나의 인생의 전부가 이기심이란 밭에서 뒹굴었다는 것이 확실히 드러났다. 아프리카는 미숙하고 교만한 한 학생이 가진 것에 대해 감사하는 것을 배우게 해준 나의 자아 성장의 상징적인 장소다. 비록 내가 아프리카를 여행한 목적은 다른 사람들의 인생을 돕기 위한 것이었지만 이제 내가 깨달은 점은 다른 누구보다 더 많은 변화가 필요한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는 것이다.

▶불합격 이유
아프리카 방문 하는 비전을 보였어야

첫째, 첫 단락에서 관심을 끌지 못하고 문체가 산만하다. 더구나 시작부터 ‘짜증’이란 단어를 연발해 정말 읽는 이가 짜증 나고 말하려는 주제가 무엇인지 전혀 알 수 없게 만들었다. 합창단에서 최고의 솔로로 인정을 받고 있는데 자존심이 왜 저지를 당하는지는 이 에세이를 끝까지 읽어도 밝혀지지 않는 미스터리다.

둘째, 비전이 뚜렷하지 않다. 아프리카 경험을 본인이 받은 축복에 감사하는 것 만으로 매듭짓는 건 미국 대학이 원하는 에세이가 아니다. 자신의 능력을 살려 제 3세계를 어떻게 도울 것인지가 드러나야 한다. 또한 자기 비하가 지나치다. 물론 자신의 이기심을 인정하고 고백한 것은 훌륭하지만 이를 극복, 보다 나은 삶을 지향하겠다는 의지가 비치지 않는다.

셋째, 앞뒤 문맥이 서로 닿지 않고 성의가 부족하다. 첫 단락에서 미완성의 이력서를 완성하기 위해 아프리카로 간다더니 마지막 단락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인생을 돕기 위한 것이라며 끝을 맺는다. 이러한 실수는 조금만 더 꼼꼼히 읽어보았더라면 충분히 수정할 수 있었을 것이다.

프리미엄 라일찬 기자 ideae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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